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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얼마 전 언니가 농사지은 호박고구마를 보내줬는데 우리 네 가족이 먹기엔 상당히 많은 양이었습니다. 오래 두고 먹기엔 마땅히 보관할 만한 곳도 없고...게다가 언니가 농사지은 거 팔아주려고 시댁에 한 박스, 친구네 집에 몇 박스, 다 보내준 터였습니다. 우선은 그냥 받아먹기 죄송해서 시골언니께 용돈을 보내 드리고 문득 떠오른 생각이‘나눔’이었습니다. 이곳에 이사 온지 5년이 다 되가는데 딱히 이웃집에 가본 적도 없고, 그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눈인사 정도만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얼굴은 알고 지내니 그 이웃들께 나눠드리자 싶었습니다. 우리 옆집, 아랫집, 그 아래 두 집, 윗집 두 집, 맞다! 우리 동, 청소해 주시는 청소여사님께도 한 봉지. 적당한 크기의 종이 백 열개를 찾아 고구마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메모를 썼습니다. 집집마다 초인종 누르기도 그렇고..게다가 우리 윗집은 아기가 있는데 혹시...
Published 10/30/2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제가 고등학교 때 아버지의 부도로 아버지는 지방으로 가시고 엄마가 저희 형제를 키우셨습니다. 엄마는 식당에서 일하고 저는 새벽에 신문을 돌렸습니다. 어느 날 신문을 가지러 나온 선생님과 마주쳤는데 "잠깐 집으로 들어와라." 하시기에 들어가니 김밥 3줄을 호일에 말아 주시며 동생이랑 먹으라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장애인이셨습니다. 칠판에 "일체유심조 :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낸다." 는 뜻의 글을 쓰신 후 "내가 정상적인 몸은 아니지만 마음은 지극히 정상인이다. 우리 앞으로 잘해 보자." 하시던 선생님. 그리고 2학기 초 수학여행을 가야하는데 저는 갈수가 없다고 말씀드리자 "학교에서 한반에 한명씩 무료로 수학여행 지원을 해준다고 하니 같이 가자." 하셨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선생님 자비로 내주신 것이었습니다. 엄마가 식당에서 일하다가 허리를 다쳐 저는 학교를 가지 않고 자동차 수리정비소에 들어가 돈 버는 일을...
Published 10/30/2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Published 10/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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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10/30/2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엄마는 굴 국밥집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엄마한테는 늘 굴 냄새가 났습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참관 수업이 있었습니다. 엄마는 점심시간에 식당일이 제일 바빴기에 나는 엄마가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6학년 마지막 봄, 일 학기 참관수업이었고 나는 여느 때처럼 국어 시간 발표할 시를 준비했습니다. 고마운 사람에 대한 시였습니다. 엄마에 대해 쓰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아프셨기에 엄마가 늘 일을 하셨습니다. 엄마는 통영에서 해산물로 장사를 하십니다. 엄마의 손이 굴과 톳으로 인해 차가운 얼음물에서 퉁퉁 부어 이제는 굵고 빨간 손이 되었습니다. 나와 동생을 키우느라 늘 고생하시는 엄마에게 나도 커서 꼭 보답해 드리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엄마들이 서 있는 교실 뒤에서 ‘어디서 굴 냄새가 나네. 어디서 비린내가 나. 어디야? 아유, 여기 못 있겠어.’앙칼진 여자의 목소리, 뒤를 자세히 보니 엄마가...
Published 10/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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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10/30/2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오늘 24일은 결혼기념일입니다. 지난 19년 결혼기념일에는 남편이 20주년을 미리 축하하자고 홍콩의 멋진 야경과 함께 와인을 마시자 해서 여행을 갔었습니다. 그런데 멋진 야경은커녕 저녁엔 추워서 덜덜 떨었고 자신의 의견을 따라주지 않는다고 짜증을 내는 남편 때문에 여행 내내 툴툴거리면서 다녔습니다. 그렇게 19주년 기념일이 우리의 마지막 여행이 될 줄도 모르는 체 말입니다. 이제 제 곁에는 툴툴거리는 남편도 없고 더 이상의 부부 여행은 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고등학생이었던 아이들도 장성해서 모두 내 곁을 떠났고 남은 것은 나 자신과 새로 입양한 유기 묘 한 마리뿐입니다. 예전에 17년 5개월을 키웠던 고양이가 올해 초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한동안 많이 힘들었습니다. 퇴근 후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디선가 뛰어와 부비부비하면서 야옹거릴 것 같고 치즈를 먹으면 자기도 달라고 야옹거리는 것 같아 한동안 치즈도 못...
Published 10/27/2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수업 중에 휴대폰이 울렸다당황해서 스피커를 눌렀다할매 목소리가 교실에 생중계됐다핸우가? 할매다와 말을 안하노? 여보시오, 여보시오스피커를 끄려고 하자 선생님이 말렸다애들이 킥킥댔다나는 할매한테 끊으라고 속삭였다안 들린다, 더 크기 말해라니 아침에 타닝매까통가 뭐시기 안사 준다꼬삐끼가 밥도 안 묵고 내뺐제?자꾸 그카믄 우짜노할매가 니 좋아하는 쏘세지 넣고도시락 싸 왔다, 나온나배고플 낀데 요거 묵고 해라애들이 책상을 두드리며 웃음을 터뜨렸다됐어, 수업시간이야, 끊어맞나? 잘됐네. 그카믄 선상님 좀 바까 봐라선생님이 손을 내밀었다활짝 웃으며 상냥하게 전화를 받았다나는 얼굴이 홧홧 달아올랐다우리 핸우 땜시 선상님 애 마이 묵지요죄송합니대이철이 없어 그카지 나쁜 아는 아이라요잘못하면 막 뭐라 카이소잘 부탁드립니대이선상님만 믿겄십니대이할매는 지금 통화하면서 꾸벅꾸벅 절할 게 틀림 없다아, 할매 때문에 창피해...
Published 10/27/2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달걀을 깔끔하게 깨려면 흔들흔들서너 번 좌우로 흔들어서 달걀 막이 껍질로부터 분리되어야 한대신발을 잘 신으려면 뒤집어서 흔들흔들신발을 침대로 삼고 자던 녀석들을 깨워 내보내야 한다네사람을 얻으려면 흔들흔들마음을 흔들어 이 사람 좀 괜찮네라는 말을 떠올리게 해야 한다는군흔들흔들 흔들 생각은 흔들의자가 없어도 될 거야 우린 흔들리게 태어났으니까일단 몸을 흔들흔들 음악이 있으면 더 좋겠지 흔들흔들 마음도 흔들흔들네가 흔들리는 건 당연해 나도 흔들려 우린 흔들려목이 엉덩이가 팔이 다리가 가만있어야 한다면 얼마나 갑갑하겠니김미희 시인의 종종 마음이 흔들릴 때면세상은 왜 날 가만두지 않는 걸까 원망이 앞섭니다.시간에 맡겨두면 괜찮겠지 했는데 또 흔들릴 때면결국 의지가 약한 거라며 스스로를 탓하게 되죠.고장 난 마음을 어쩌면 좋을까 고민이 깊어질 땐,애당초 흔들리게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거예요.흔들흔들, 마음의 중심을...
Published 10/27/2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가을이 오면붉게 물든 단풍잎처럼뜨거운 정열로사랑하고 싶습니다중년의 빈 가슴에가을빛으로 찾아오는 당신은이른 아침에 마시는따뜻한 커피의 향기보다언제나 누이처럼고운 자태로 피어난 국화의 향기보다더 향기로움으로 다가오는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가을에는한 줄기 바람에 떨어지는외로운 갈색의 낙엽보다도가슴을 붉게 물들이는가을빛 단풍이고 싶습니다이 가을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까닭은당신과 함께하기 때문입니다박태규 시인의 고독함에 파묻혀 세상이 무너진 듯가을을 타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줘요.이 가을, 너와 함께여서 참 좋다고.그 한마디가 작은 모닥불이 되어식어가던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어 줄 거예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Published 10/27/2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오랜만에 언니네 집에 갔습니다. 언니네 집은 한적한 주택가였는데 근처에 소아과병원이 생겨 병원 앞 도로와 골목길까지도 차량이 넘쳐났습니다. 조금이라도 가깝게 주정차를 하려는 차량으로 양방향소통이 안됨은 물론이고 내리고 타는 어린이와 보호자들로 아주 복잡했습니다. 겨우 병원 앞 큰 골목을 빠져나와 언니네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에 들어섰습니다. 언니 집은 골목 맨 끝집. 주차도 아주 요령이 필요한 곳인데 길에 들어서자 앞에 걸어가고 계신 어르신이 보입니다.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따라갔습니다. 행여 차 소리에 놀라실까 조심했는데 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울 아버지는 참 건강하셨고 70대 중반까지 손수 운전을 하고 다니셨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이제 순발력이 떨어지는 거 같다고 운전대를 놓겠다고 선언을 하셨습니다. 그날 난 맘이 참으로 슬펐습니다. 울 아버지가 이제 정말 늙으셨다는 걸...
Published 10/27/2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10/26 >> Up&Down  멀리 계시는 친정엄마랑 통화를 할 때면 속이 탑니다. 자주 통화를 하지만 대화는 거의 불가능하고 제 목소리만 커집니다. ‘엄마, 식사 하셨어요? 엄마, 식사 하셨냐구요?’ 애들은 밥 챙겨줬니? 애들은 뭐 하니?’‘엄마, TV 소리 좀 줄여요. 아니, 세상에 TV 소리를 얼마나 크게 틀어 논 거예요?’ 방에 있던 애들이 나오더니 ‘엄마, 누가 들으면 외할머니랑 싸우는 줄 알겠어. 엄마 목소리가 더 커. 외할머니 귀 아프시겠어요.’ ‘아니, 외할머니가 귀가 안 들리셔서 큰일이다. 보청기를 하자고 해도 쓸모없다 하시고 저렇게 혼자 당신말만 하고 계시니...’‘엄마, 그래도 모르니까 한번 보청기 알아봐요. 일단 해보고 아니면 안 껴도 괜찮으니까 보청기 하러 갈까요? ’‘아이구 참, 외할머니 어쩜 좋으니’ 통화를 끝내고 넋두리를 하고 있는데 큰애가 웃습니다....
Published 10/27/2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문득 쳐다본 가을산이 저물고 있다상처입은 단풍잎 몇 몸에 매단 채어둠속으로 가라앉고 있다가을산의 섭리와는 달리인생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 묘미다또한 이것이 불가능한 사랑을뜨겁게 달구기도 한다그러나 사랑에 패배가 있듯이인생에도 패배는 있는 법이다앙상한 뼈가슴을 드러낸 채산이 오늘 어둠속에 묻혀도내일이면 한낮의 단풍보다 더 아름다운별이 산 위에 뜬다김용락 시인의 인생의 계절은 누구나 같지 않아서차디찬 겨울이 긴 사람도 있고,외로운 가을이 오고 또 오는 사람도 있지요.비록 오늘은 패배감에 고개를 숙였을지도 몰라요.하지만 인생의 봄날은 꼭 올 거예요.앙상한 나뭇가지에 별꽃이 핀 가을 산처럼희망의 빛은 어둠 속에서 더 밝게 빛나는 법이니까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Published 10/23/2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문득 고택의 향기를 느끼고 싶어 구례 운조루로 향했습니다. 유물 전시관 앞에 주차하고 내리니 몇 걸음 가지 않아 연지 연못이 보입니다. 연못에 잠시 머물렀던 발길을 고택으로 돌리니 우뚝 솟은 대문은 지리산의 끝자락을 향해 열려 있고 대문 곁 행랑채엔 누구나 사용해도 좋다는 '타인능해他人能解' 라는 글귀가 새겨진 커다란 뒤주가 보입니다. 대문 양옆으론 서 행랑과 동 행랑이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에선 종종거리며 오갔을 하인들의 모습과 고택을 방문했던 많은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음을 눈으로 짐작해 봅니다. 마당 오른편의 커다란 앵두나무는 가을 고택의 고즈넉함과 더불어 노란 화관을 뒤집어쓰고 있어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이었습니다. 찻잔이 놓여 있는 사랑채에선 누군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지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새어나옵니다. 그 소리마저도 한 폭의 수채화였습니다. 사랑채를 뒤로 하고 안채로 들어가 마루에 앉으니...
Published 10/23/2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어머니를 가끔 차로 출근시켜 드릴 때 항상 외가인 경주를 한번 가봐야 하는데..하며 이야기 하셨습니다. 아버지 일찍 돌아가시고 우리 집에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외가 친척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머니 모르게 기차표를 예매했습니다. 그렇게 외가를 가게 되었습니다. 먼저 대구로 가 큰 이모 댁 근처에 다다르니 벌써 이모부가 마중 나와 계셨습니다. 큰 이모는 '뭐 하러 이 먼 곳까지 왔느냐?' 손을 덥석 잡으며 저와 어머니를 거실로 안내하셨습니다. 이모와 이모부에게 이제 온 것에 대한 미안함과 안부인사로 큰절을 올렸습니다. 큰이모와 어머니는 여느 자매처럼 서로를 챙기는 마음이면서도 겉으로는 무뚝뚝한 표현들을 나누고 계셨지만 말미에는 언제 또 보겠냐면서 헤어짐을 아쉬워 하셨습니다. 그리고 경주 외가 집으로 향했습니다. 경주터미널에 도착한다고 하니 큰 외삼촌도 터미널로 마중을 나오셨습니다. 경주 외가 집은...
Published 10/22/2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 Up&Down 바쁘고, 힘들고 시끌벅적했던 시간들이 다 지나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이 참 좋습니다. 창가로 들어오는 맑은 햇살도 좋고 은은한 커피 향도 좋고.. 많지도 않는 우리 가족 식탁에 둘러 앉아 밥 같이 먹은 게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바빠 서로 얼굴 보기도 힘들었는데 지난 연휴에 딸래미가 가족 여행을 계획해서 갔다 왔습니다. 여행은 좋았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남편이 우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았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들어주기만 해도 좋으련만 말의 싹을 끊어버리니 말을 하던 아이들도 입을 닫아 버립니다. 내가 중간에서 억지로 이어보지만 나도 슬슬 짜증이 납니다. 그래도 나까지 입을 닫아 버리면 모처럼 온 여행이 엉망이 될 것 같아 억지웃음을 지어가며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불편한 여행을 다녀와서 아이들은 각자의 생활터전으로...
Published 10/22/2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며칠 전 아침...운전하고 나가는데 아파트 앞 학교에서 마이크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초등학교에서 운동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신호대기 중에 울타리 사이로 잠깐 보니 달리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3~4 학년쯤으로 보이는 남. 녀 어린이들이 배턴을 잡고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니 저의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가 떠올랐습니다. 옛날 시골 학교 운동회는 온 동네 잔치였습니다. 가을철이라 바쁘지만 잠시 일손 멈추고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서 동네 사람들은 학교로 모임니다. 부모님들은 마스게임도 보고 기마전도 보면서 박수도 치고 달리기를 할 때는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제가 달리기를 잘 하는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달리기만 하면 1등을 했습니다. 달리기 1등을 하면 공책 3권, 2등은 2권, 3등은 1권을 받았는데 저는 1등만 하다 보니 공책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운동화도 신지 않고 모두 맨발로...
Published 10/22/2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삶의 여백에 채울 수 없어눈물로 그 누군가를그려 넣는 것도행복입니다너나없이 우리 서로서로가그리움의 대상입니다삶의 강에 물안개처럼사붓사붓 피어나는그리움은 풀잎에 맺힌새벽이슬 같습니다누군가를 그 누군가를 위해가슴 한편을 비워 둔다는 것은변하지 않는 사랑입니다목숨을 다하는 날까지그리워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삶의 향기입니다그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이미 가슴이 누군가와함께하는 것입니다.주응규 시인의 ‘긁다’가 ‘그리다’가 되고,다시 ‘그리움’이 되었다죠.누군가가 그리워지는 건오래전 긁힌 흔적이 말을 걸어오는 것.가을이 되면 그 흔적들이내 얘기도 들어달라며 아우성을 칩니다.그러니 해마다 그리움이란지독한 가을 몸살을 앓을 수밖에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Published 10/22/2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어제까지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필요로 했습니다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했고 곁에 있었습니다저녁노을의 그 끝으로 낙엽이 지는 것을 바라보고 서 있는당신의 그림자 곁에 서서사랑하고 미워하는 일이 바람 같은 것임을저는 생각합니다웃옷을 벗어 어깨 위에 걸치듯견딜 수 없는 무거움을 벗어 바람 속에 걸치고어두워오는 들 끝을 걸어가는 당신의 뒷모습을저는 끝까지 지켜보고 있습니다사랑을 잃은 그대여당신 곁에 있던 그 많은 사람들이지금 당신 곁에 없어도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어둠 속에서도 별빛 하나쯤은 늘 사랑하는 이의머리 위에 떠있듯늦게까지 저도 당신의 어디쯤엔가 떠 있습니다더 늦게까지 당신을 사랑하면서비로소 나도 당신으로 인해 깊어져감을 느낍니다모든 이들이 떠난 뒤에도 저는 당신을 조용히 사랑합니다가장 늦게까지 곁에 있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입니다.도종환 시인의 어려운 상황에서 모두가 등을 돌려도은은한 미소로 묵묵히 바라봐...
Published 10/22/2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Published 10/22/2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어릴 적에는 늦게 들어오고 술만 드시고, 소리만 지르는 아버지가 무섭고 싫었습니다. 특히 아빠라는 단어에서 아버지라는 단어로 바꿔 부르기 시작할 즈음에는 아버지도 아재가 되어 모든 행동들이 지저분하고 냄새가 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서 더욱 아버지가 싫고, 딸인 저와의 사이는 더욱 멀어지기만 했습니다. 친구들이 어쩌다 아빠랑 손을 잡는다거나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혼자 속으로 의아해 했습니다. 집에서 아버지란 존재는 늘 말수가 없고 집안 살림을 위해 돈을 벌어다주는 존재로만 여겨졌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이제 50이 되다보니 아버지의 행동들이 하나하나 이해가 되며 아버지 인생이 불쌍하고 이젠 손을 잡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밥을 먹다 흘리는 아버지를 보고 속으로 아이고 칠칠맞게 밥을 흘리나? 했었는데, 이젠 저도 모든 기관이 약해져서인지 밥을 먹을 때 사래도 잘 걸리고 가끔은 말하다가 침도...
Published 10/19/2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둘째 아들 녀석이 2학기 중간고사 시험이라 집에 일찍 오게 되었습니다. 열 공하는 아들 녀석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아들이 좋아하는 햄버거를 사려고 퇴근길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들! 햄버거를 사려고 하는데 치킨 버거 살까? 아니면 불고기 버거 살까?”“형하고 동생에게 물어본 다음에 문자로 보내 드릴게요.” “그래, 엄마도 어떤 것을 먹고 싶은지 빨리 보내주렴.”버스를 기다리는데 도착한 문자에는 형은 치킨 버거 세트. 동생은 불고기 버거 세트, 엄마는 치킨스낵 랩과 사이다. 저는 치즈 버거 세트라고 적혀 있습니다. 집 앞 햄버거가게에 가서 휴대폰을 꺼내 아들 녀석이 문자로 보내온 워딩을 그대로 점원에게 읽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저 매번 햄버거를 사고 카드만 주고받던 가게였는데 그날은 뒤쪽을 향해 큰 목소리로 “치킨버거 하나, 불고기 버거 하나, 스낵 랩 하나, 치즈 버거하나요.” 라고 합니다. 그러자...
Published 10/19/2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쳇바퀴 돌듯 억 겹의 세월털어 내지 못한 많은 삶에잔상들이 목 놓아 흐느낍니다스쳐 간 많은 날의 눈물이가슴에 타고 남은 재가 되어이제는 아픔도 무뎌져만 갑니다가슴 아파지는 추억 저편에내 마음에 너를 묻을 수 있다면지는 낙엽 보며 울지 않았겠지요길 나서면 오라는 곳은 없어도어디론가 한없이 떠나고 싶은데갈 길 몰라 이정표 앞에 서성입니다성경자 시인의 단풍이 채 들기도 전에 떨어지는마른 나뭇잎을 보니 쓸쓸함이 밀려옵니다.끝내 이루지 못한 일마음에서 밀어내야 했던 인연영혼을 콕콕 찌르는 가시 같은 기억들가을 감성에 지지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했건만,낙엽에 길을 잃고 추억 속에서 서성이는 걸 보니올해도 가을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Published 10/19/2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인연이란 것이 참 묘하다사진만 보고도 첫눈에 반하고눈 덮인 하얀 초가집처럼 따뜻한평생 같이 살아도 행복할 사람제 눈에 안경이라구겨진 옷을 입어도 멋지고수염은 덥수룩해도 멋있는짜장면 한 그릇을 먹어도둘이라면 행복한 순간들남산에 많은 계단도 폴짝폴짝사랑에 눈이 멀어서 선택한 사람둘이 서로 눈이 마주치면눈에서 사랑의 큐피드가 날아간다지금은 아이들은 다 떠나보내고등 긁어주고 아픈 다리 주물러주고서로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면서나머지 인생도 콩깍지가 벗겨질 때까지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아간다남원자 시인의 나만 볼 수 있는 매력이수십 가지는 되던 사람이었건만,부대끼며 살다 보니매력은커녕 안 맞는 이유만 수백 가지.그런데 그거 아세요?콩깍지가 벗겨졌음 것도 못 찾을 거예요.전우애도 의리도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한걸요.그러니 콩깍지 탓 말고 알콩달콩 살아요.내 눈에만 이쁜 내 편,유일한 내 사람과 말예요. See...
Published 10/19/2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행복을 그리는 자는 행복을 따고슬픔을 그리는 자는 슬픔을 담고사랑을 심는 자는 사랑을 거두고화평을 심는 자는 평안이 다가오지요.무엇을 심을 건가는 오직 본인 몫인생이라는 큰 밭에씨앗을 뿌린다면튼실한 열매를 거두거나쭉정이를 거두거나심고 가꾼 농부의 생활습관어떤 이는 울다가고또 어떤 이는 후회하다가고어떤 이는 잘살았다 웃으며가고어떤 이는 감사로 간다.무엇을 보고, 무엇을 심으며 살았는가.그에 맞는 황혼이 지는 것을 본다.박근철 시인의 마음 밭에 미움을 뿌렸는데사랑이 솟을 리 없고,슬픔이 가득한데즐거움이 피어날 리 없지요.가을엔 잡초처럼 무성한모난 마음과 걱정들을 뽑아내고고마움 하나, 사랑 하나,그리고 미소 하나를 심어야겠습니다.삶에 폭풍우가 몰아치고겨울처럼 시린 날이 와도마음 밭엔 언제나예쁜 꽃이 피어날 수 있도록 말예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Published 10/17/23